[4용도9지역] 제9장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최후의 성역 (자연환경보전지역 편)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가치

대한민국 땅 구석구석에 이름표가 붙고 개발이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국토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도저히 인간의 욕심으로 훼손해서는 안 되는 보석 같은 곳들이 있었습니다.

수천 년의 생태계를 품고 있는 서해안의 광활한 갯벌, 멸종 위기 철새들의 도래지 그리고 맑은 물을 뿜어내는 깊은 산골짜기의 상수원 보호구역들.

이곳마저 “농사라도 짓겠다”며 파헤친다면, 우리는 맑은 물을 마실 수도 없고, 우리의 후손들은 책에서나 자연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국토 규제의 끝판왕

“이곳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감히 탐내서는 안 되는, 미래 세대에게 빌려 쓰는 땅이다.”

국가는 국토의 가장 깊고 순수한 곳에 마지막 9번째 이름표를 정성껏 붙였습니다.
토지 규제의 최고봉이자 절대 침범할 수 없는 최후의 성역, 바로 ‘자연환경보전지역’입니다.

대자연을 위한 철통방어

자연환경보전지역은 인간의 편리함보다 ‘자연의 권리’가 우선인 유일한 땅입니다.

이곳에서는 건물을 짓는 것은 고사하고, 흙 한 줌, 나무 한 그루를 베어내는 것조차 국가의 엄격한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용적률과 건폐율 같은 부동산의 잣대로는 아예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곳이죠.

이곳이 굳건히 버텨주기에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국토가 병들지 않고 온전하게 숨을 쉴 수 있는 것입니다.

[에필로그 : 두 발로 걷으며 읽어내는 땅의 서사]

자, 드디어 길고 길었던 토지 오디세이의 여정이 막을 내렸습니다.

강가에 모여 살던 인류는 다툼을 막기 위해 땅을 크게 4가지 색깔(4용도: 도시, 관리, 농림, 자연환경보전)로 나누었고, 그 안에서 우리의 복잡한 삶과 욕망에 맞춰 9개의 조각(9지역)으로 땅을 섬세하게 직조해 냈습니다.

  • 우리가 먹고 자고 돈을 버는 도시 안의 주거, 상업, 공업, 녹지
  • 치열한 눈치싸움의 대기실인 보전, 생산, 계획 관리지역
  • 우리의 생명줄인 농림지역과 최후의 성역 자연환경보전지역까지.

모든 땅이 제 이름을 찾았습니다.

날씨가 좋은 주말, 가벼운 배낭을 메고 국토의 트레일 코스를 따라 긴 도보 여행을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두 발로 흙을 밟으며 걷다 보면, 어제까지만 해도 그저 똑같아 보이던 풍경이 전혀 다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빽빽한 도심을 지나, 한적한 관리지역을 거쳐, 바람이 스치는 강화도의 짙은 농림지역을 걸을 때면 아마도 속으로 미소 지으며 중얼거리게 되실 겁니다.

“아하, 인류의 욕망과 질서가 이 땅 위에 이렇게 아름답게 새겨져 있구나.”

이제 여러분은 세상을,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지도를 읽어내는 완벽하고도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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