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용도9지역] 제1장 평화로운 강가 마을은 왜 아수라장이 되었을까? (위대한 분리)

한강 변에 짐을 푼 사람들

아주 오래전, 굽이치는 한강 물줄기를 따라 사람들이 하나둘 짐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물이 넉넉하고 땅이 평평하니 집을 짓고 농사짓기에 그만이었습니다.
처음엔 모든 것이 평화로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늘어나고 촌락이 거대해지자, 사람들의 삶은 조금씩 복잡해졌습니다.
서로 사냥한 고기와 곡식을 바꿀 ‘시장’이 필요했고, 농기구를 두드릴 뜨거운 ‘대장간’도 들어서야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조용하던 강가 마을에 큰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갓난아기를 재우는 평화로운 초가집 바로 옆에, 매연을 뿜고 밤낮없이 쇳소리를 내는 대장간이 덜컥 들어선 겁니다.
게다가 우리가 먹을 쌀을 키워야 하는 비옥한 농지 한가운데에는 사람들이 밤새 북적이며 술을 마시는 주막이 자리 잡았죠.

“아니, 애가 시끄러워서 깰 거 아니오! 당장 대장간 치우시오!”

“무슨 소리! 내 땅에 내가 짓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오!”

누군가의 ‘쉼터’와, 누군가의 ‘일터’, 그리고 ‘먹거리’를 생산할 땅이 아무런 규칙 없이 한데 뒤엉켜버린 겁니다. 사람들은 깨달았습니다. 한정된 땅에서 평화롭게 살려면, 땅의 쓰임새를 나누고 이름표를 붙여야 한다는 것을요.

땅에 선을 긋다 – 도시와 비도시

“이대로는 다 같이 살 수 없다. 대한민국 땅에 선을 긋자!”

결국 사람들은 위대한 약속을 하나 하게 됩니다.
사람과 건물이 빽빽하게 모여들어 이미 생활과 경제의 중심이 된 한강 변의 중심지,
우리는 이곳을 ‘도시지역’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팽창하는 도시를 둘러싼 나머지 넓은 땅들.
농사를 지어 식량을 공급하고 푸른 숲을 보존하며 우리 삶의 배후를 든든하게 지켜줄 넓은 외곽 지역을 ‘비도시지역’으로 묶어버렸습니다.

이것이 바로 복잡한 대한민국 영토를 체계적으로 쓰기 위해 인류가 선택한 가장 기초적인 교통정리, ‘도시와 비도시의 위대한 분리’였습니다.

멈추지 않는 욕망, 흔들리는 경계

자, 선을 그었으니 이제 평화가 찾아왔을까요?

아닙니다. 사람들의 욕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서울(도시지역)은 끝없이 팽창했고, 사람들은 자꾸만 비도시지역인 서울 외곽으로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도시는 아니지만, 언젠가 도시가 될지도 모르는 경계선의 애매한 땅들이 무분별하게 파헤쳐지기 시작한 것이죠.

단순히 두 개로 나누는 것만으로는 이 복잡한 세상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국가는 결국 거대한 도화지를 펼치고 수도권 땅 위에 본격적으로 ‘4가지 색깔’을 칠하기 시작하는데…

과연 도시와 비도시를 가를 이 4가지 색깔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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