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용도9지역] 제4장 황금이 흐르는 심장, 백화점은 아무 데나 짓지 않는다 (상업지역 편)

돈 냄새를 맡고 모여든 사람들

조용하고 쾌적한 주거지역에서 단잠을 잔 사람들은, 해가 뜨면 지갑을 채우기 위해 밖으로 나옵니다.
물건을 팔려는 상인들과 돈을 쓰려는 사람들이 한강 변 곳곳으로 몰려들었죠.
그런데 상인들이 장사하는 모습은 저마다 달랐습니다.

어떤 이는 동네 사람들에게 매일 빵을 구워 팔았고, 어떤 이는 전국에서 올라온 물건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도매로 넘겼으며, 어떤 곳에는 수십 층짜리 으리으리한 은행과 대기업 본사들이 줄지어 들어섰습니다.

자본주의의 심장에도 핏줄이 다르다

만약 거대한 백화점과 수백 대의 화물차가 오가는 도매시장을 아무 데나 짓게 내버려 둔다면 어떻게 될까요? 도시는 엄청난 교통지옥에 빠지고 제 기능을 잃어버리고 말 겁니다.

“돈이 도는 곳도 다 같은 곳이 아니다. 상인들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자리를 정해주자!”

결국 국가는 도시에서 가장 비싸고 화려한 땅, ‘상업지역’을 4개의 심장으로 정교하게 나누어 피(자본)가 제대로 돌게 만들었습니다.

상업지역의 4가지 계급

  • 중심상업지역 : “여기가 바로 도심의 제왕이다!”
    도시의 한복판이자 심장 중의 심장입니다. 밤낮없이 돈이 쏟아지는 명동의 불야성, 강남역 사거리, 그리고 여의도의 하늘을 찌르는 금융 마천루들이 바로 이곳에 세워집니다. 건물을 가장 높고 빽빽하게(용적률 최고) 지을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황금의 땅입니다.
  • 일반상업지역 : “도시의 든든한 허리!”
    우리가 퇴근 후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쇼핑을 하는 가장 친숙한 번화가들입니다. 종로의 왁자지껄한 먹자골목이나 홍대거리처럼, 도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고 활기찬 상업의 무대입니다.
  • 근린상업지역 : “슬리퍼 신고 나가면 다 있어!”
    ‘근린(近隣)’, 즉 가까운 이웃이라는 뜻입니다. 주거지역 바로 곁에 바짝 붙어서, 우리가 매일 들르는 정육점, 미용실, 작은 마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따뜻한 동네 상권입니다.
  • 유통상업지역 : “전국의 물건은 모두 내게로 오라!”
    여기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서울 가락시장이나 동대문 의류 도매시장처럼, 수많은 화물차가 오가며 대규모로 물건을 떼어가는 물류와 도매의 거점입니다. 길이 막히면 안 되니 보통 도시의 외곽이나 큼직한 도로변에 둥지를 틉니다.

화려한 불빛 이면의 그림자

자, 돈과 사람이 모이는 상업지역까지 완벽하게 정리가 되었습니다.
아파트(주거지역)에서 잠을 자고, 번화가(상업지역)에서 돈을 쓰니 도시가 아주 잘 돌아가는 것 같죠?

하지만 도시가 굴러가려면 누군가는 우리가 쓸 물건을 시끄럽게 뚝딱뚝딱 만들어야 하고, 우리가 숨을 쉴 수 있도록 매연을 정화해 줄 푸른 공간도 남겨두어야 합니다.

화려한 불빛 뒤에서 묵묵히 도시의 톱니바퀴를 돌리는 시끄러운 공장들의 땅, ‘공업지역’, 그 이야기가 다음 편에서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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