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경계를 넘어선 욕망
서울(도시지역) 안의 주거, 상업, 공업, 녹지가 빈틈없이 채워지자, 밖으로 넘쳐흐르는 사람과 자본의 물결은 자연스럽게 경기도 일대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을 벗어나 마주한 외곽의 땅들은 참으로 오묘했습니다.
당장 아파트 숲을 지을 수 있는 도시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농사만 짓고 숲을 보존해야 하는 꽉 막힌 시골(농림·자연환경)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 땅은 나중에 신도시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영원히 밭으로 남을까?”
사람들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도시의 예비 후보생, 3개의 대기 번호표
국가는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기 위해, 도시와 농촌의 완충지대인 이곳에 ‘관리’라는 이름표를 붙였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관리지역이라도 미래의 운명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국가는 땅의 미래 가치에 따라 3가지의 서로 다른 대기 번호표를 나누어주었습니다.
관리지역의 3가지 계급과 운명
- 계획관리지역 : “도시 편입 1순위! 황금빛 대기 번호표” (투자자의 꽃)
관리지역 중에서도 가장 몸값이 비싸고 대접받는 우등생입니다.
“언젠가 도시지역으로 편입될 곳이니, 미리미리 계획적으로 관리하자!”
비도시지역 중 유일하게 웬만한 공장, 창고, 식당, 숙박시설까지 허용되는 마법의 땅입니다. 도시 외곽 길가에 즐비한 대형 가든 식당이나 물류창고, 예쁜 전원주택 단지들이 바로 이 계획관리지역 위에서 탄생합니다.
- 생산관리지역 : “농사를 짓되, 약간의 여유는 줄게.” (농림지역의 사촌)
주로 농업이나 임업, 어업 생산을 위해 관리가 필요한 땅입니다.
농림지역처럼 아주 꽁꽁 묶어두지는 않지만, 주택을 짓거나 개발하는 데는 꽤 까다로운 제한이 따릅니다. 주로 밭농사를 짓거나 과수원을 운영하며 완만한 농촌 풍경을 유지하는 곳입니다.
- 3. 보전관리지역 : “자연을 해치지 마! 조심조심 다뤄야 할 땅” (자연환경의 사촌)
자연환경보전지역이나 산림과 맞닿아 있어 환경을 지켜야 하는 땅입니다.
경치가 빼어나 집을 짓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만, 규제가 엄격하여 마음대로 손을 댔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품고 있지만 개발은 극히 제한적인 ‘그림의 떡’ 같은 존재입니다.
진짜 농사꾼들의 땅을 향하여
이제 비도시지역의 치열한 대기실, ‘관리지역 3남매’의 정체까지 확실히 밝혀졌습니다.
계획관리지역의 달콤한 유혹과 보전관리지역의 차가운 규제 사이에서 사람들은 땅의 진짜 가치를 배웠죠. 하지만 관리지역의 완충지대를 지나 더 깊숙한 외곽으로 들어가면, 어떤 개발의 유혹에도 절대 흔들려서는 안 되는 거대한 성벽이 나타납니다.
콘크리트만으로는 살 수 없는 인간을 위해 굳건히 버티고 있는 우리의 진짜 식량 창고!
다음 장에서는 인천 강화도의 끝없는 평야로 눈을 돌려, 8번째 퍼즐인 ‘농림지역’의 숭고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